수정구 사송동 수자원공사 가는 길 골목을 들어서면 허름한 건물에 넓적한 나무들이 장정들처럼 줄지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분명 땔감으로도 건물 외관 장식으로도 쓰고 있는 것이 아닐텐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간판도 걸려있지 않은 건물에 기대어 서 있는 널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진다.

이곳은 바로 소리국악연구원의 임순국대표의 작업공간이다.

“건물 안팎에 세워져 있는 나무들은 가야금이나 거문고로 탄생을 하기 위해 자연건조시키고 있는 중이예요. 최소 4년이라는 시간동안 비도 맞고 눈도 맞고 바람도 맞으며 말려지면서 나무 속에 있는 진도 빠지고 동시에 단단해지기도 하거든요.”

전국팔도의 품질좋은 오동나무를 공수받아 악기로 제작하는데 가야금은 최소 4년이상, 거문고는 최소 5년이상 건조해야만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낙동’이라 하여 인두로 지져 빛깔을 내는 작업을 하는데 오래 건조된 나무일수록 붉은 빛이 은은하게 나는데, 반면 건조가 덜 되거나 중국산 나무인 경우에는 시커먼 색이 나며 상품가치가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나무와 악기장의 숙명적인 몫이다. 임순국대표가 국악기제작을 생업으로 뛰어든지 올해로 22년. 그는 분명 이 시대의 ‘장인’이며 자랑스러운 성남사람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 하다보면 어느새 밤 12시가 되어버린다는 임대표는 워크홀릭(workholic)일 정도로 국악기제작에 푹 빠져살고 있다.

장도 오래 묵혀야 깊은 맛이 나듯이 나무도 오래 묵혀야 제 맛이라 4~5년을 자연건조시켜 다듬고 안족을 앉히고 명주실을 얹어 한 대의 악기를 만들어내면 귀한 자식 하나 얻은 듯 기쁨이 한없다고 하니 천직이 분명한것 같다.

편하게 작업하고 많은 돈벌이를 생각한다면 기계로 작업하는 것이 빠르겠지만 임순국 대표는 오로지 수작업으로 악기를 제작한다.

“저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와 순리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있는 그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살다보면 답이 나오더라구요. 무리수를 두고 지름길로 가다보면 문제가 꼭 생기게 되거든요.”

국악기 제작자이고 국악 사랑이 남다르다보니 슬하의 두 딸도 모두 국악의 길을 걷고 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하고 있는 큰 딸과 지금은 취미로 가야금을 하고 있지만 역시 국악연주자의 길을 걷게 될 작은 딸은 임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풍물을 했던 임 대표이기에 두 딸들과 가끔 한 무대에 서기도 하니 감회가 크기도 한데 특히나 작년 한 해 문화재급 기능인으로써 청와대 사랑채 공방에 초대되어 시연회를 열 때에도 두 딸이 함께 해 주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한다.

청와대 사랑채 공방에서 일반인대상으로 가야금 안족 다듬기 시연, 거문고 괘 작업시연, 가야금 안족 그림 그리기 시연, 명주실 감기 시연, 거문고 울림통 대패질 작업과정 시연을 하였는데 두 딸들이 우리의 소중한 국악을 알리는데 홍보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 공예품대전과 전국 공예품대전을 준비중인 임 대표의 작업실은 오늘도 대패질로 활기가 가득하다.

<임순국 대표의 주요 이력>
-2009. 경기도 공예품대전 출품
-성남 모란 민속 공예 전국대전 전시 (성남아트센터)
-2008. 경기도 공예품대전 출품
-모란 민속 공예대전 출품
-성남 모란 민속 공예대전 특선 수상
-성남 우수 공예품 전시 (분당 주택 전시관 특별전)
-2007. 제 37회 경기도 공예품 대전 출품
-제 6회 성남시 우수 공예품 출품
-성남시 민속공예전시관 가야금, 거문고 전시

■소리 국악기 연구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사송동 552-1 (031-754-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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