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농사꾼들이 바빠지는 시기다. 조선시대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을 그린 ‘농가월령가’ 이월령(음력)에는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고들빼기, 씀바귀, 소루쟁이, 물쑥은 이른 봄에 나오는 봄나물들이다. 

봄나물은 대부분 먹거리와 약재로 함께 쓰이는 양수겸장이다. 들이나 습지 근처에서 주로 자라는 소루쟁이가 좋은 예다. 어린잎은 먹고 말린 뿌리는 건위제나 피부약, 해열제로 이용한다. 양재근은 난치성 피부질환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물쑥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대개 연한 뿌리와 줄기를 요리해서 먹는다. 흙냄새 같은 독특한 향기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고들빼기도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먹으면 쓴맛이 난다. 씀바귀는 언뜻 보기에는 냉이나 고들빼기와 닮았다. 이름처럼 쌉싸름한 맛이 난다. 바로 이 쓴맛이 미각을 북돋워준다. 뿌리를 주로 먹는 씀바귀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직장인, 수험생에게 유익하다. 졸음을 쫓는 효과가 있어서다.

달아난 식욕도 불러들이는 맛!

봄나물의 맛이 쓴 것은 안에 사포닌이란 쓴맛 성분이자 웰빙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포닌은 인삼의 약효 성분이기도 하다. 봄나물이라고 하면 달래, 냉이, 씀바귀 등 어릴 때 부른 동요에 등장하는 식물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들은 모두 이른 봄에 나온다. 달래는 마늘과 ‘사촌’이다. 달래에는 마늘의 대표적인 항암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어 매운맛이 나지만 동시에 암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피로 해소를 돕고 유해산소를 없애는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식욕을 되살리는데도 그만이다. 뼈와 치아 건강을 돕고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인 칼슘이 봄나물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달래는 깨끗이 씻은 뒤 고추장, 식초, 깨소금에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 것이 좋다.

향이 독특한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채소로 유명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임대종 원장은 “춘곤증이 심한 사람에게 냉이를 추천하는데, 냉이는 피로를 해소하는 비타민 B1과 노화 방지와 피로해소, 감기예방의 기능을 하는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냉잇국이나 냉이 된장찌개는 멀찌감치 달아난 식욕을 불러들이고 활력을 되찾게 한다. 냉잇국은 쌉싸름한 맛과 독특한 향, 잘근잘근 씹히는 맛이 있다. 된장국을 끓이더라도 시금칫국에는 조갯살, 아욱국에는 마른 새우가 어울리듯이 냉잇국에는 쇠고기를 넣어야 훨씬 더 깊은 맛이 난다. 냉이를 무치거나 국을 끓일 때는 잡티를 깨끗이 골라내고 물에 씻을 때는 살살 주물러 풋내를 빼야 한다. 삶아서 물에 담가두면 쓴맛이 빠지고 부드러워진다. 된장도 조선된장을 써야 제맛이 난다.

칼슘,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쑥

달래, 냉이, 씀바귀보다 한 박자 늦게 나오는 봄나물이 더덕, 두릅, 쑥이다. 세 나물은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것도 대개 3~5월에 시장에 나온다. 셋 중 가장 먼저 출시되는 더덕은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구워 먹지만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매콤하게 무쳐 먹어도 좋다.

4월께 나오는 두릅은 대개 잎(새순)을 먹는다. 잎 크기가 성인의 엄지손가락만 할 때는 연해서 먹기 좋지만 이보다 더 커지면 질겨진다. 두릅은 단백질이 풍부한 나물로 보통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튀김이나 물김치를 담가 먹어도 별미다.

쑥은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온다. 5월 단오에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쑥은 과거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에는 “쑥은 속을 덥게 하고 냉을 쫓으며 습을 없애준다.”고 기술돼 있다. 영양적으론 칼슘,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웰빙 성분이다. 그러나 향이 너무 강한 탓에 쑥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은 쑥 튀김 정도다. 보통은 국이나 떡에 넣어 먹는다.

버릴 부분이 없는 약초, 민들레

이 외에도 봄철에 자주 먹는 봄나물로는 돌나물, 망우초, 민들레가 있다. 돌나물은 석상채라고도 불린다. 대개 맛이 쓴 새순을 먹는다. 봄에 돌나물을 초무침이나 물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난다. 생즙은 피로를 풀어준다. 망우초(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라고 불리는 원추리는 봄나물 중 거의 유일하게 단맛이 나는 채소다. 봄에는 어린 싹을, 여름에는 꽃을 김치로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다. 원추리에는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해 겨우내 지친 몸에 활기를 되찾아준다.

봄 들녁을 곱게 장식하는 민들레는 국화과 식물이다. 영어명인 ‘dandelion’은 ‘사자의 이빨’이란 뜻이다. 톱니 같은 잎을 가져서다. 보통 사람들에게 민들레는 ‘야생화’지만 건강 전문가들에겐 ‘약초’다. 민들레는 버릴 것이 없다. 꽃은 따서 봄 내음이 가득한 술을 담그는 재료로 쓴다. 잎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특히 잎에 든 베타 카로틴은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와 성인병을 막아주는 항산화 물질이다. 또 잎을 먹으면 소변 보기가 쉬워진다. 그 효과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이뇨제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뿌리는 훌륭한 간 기능 개선제다. 뿌리에 든 콜린은 간 영양제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치료에도 유용하다. 동물실험에선 민들레 뿌리에 풍부한 이눌린이 혈당 조절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뿌리를 고혈압 치료에 이용해왔다.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채취한 민들레의 약성이 가장 뛰어나다.

파프리카, 양송이, 양상추, 청경채 등은 봄나물은 아니지만 봄의 에너지를 듬뿍 머금은 봄채소들이다. 봄나물처럼 칼륨,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해 봄의 나른함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샐러드를 만들어 생으로 먹는 것이 봄나물이나 봄채소를 영양소 손실 없이 섭취하는 방법이다. 최대한 많이 먹으려면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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