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작곡가의 눈시울에서 인생을 되돌아봅니다.

꿈 많고 재기 넘치던 젊은 시절이 눈가에 선하고

화려했던 중년기를 걸어와서 완숙한 경지에 들어선 뒤

삶을 촘촘히 관조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오연복 시인의 시선으로 시크하게 그려낸 좋은 시

"어느 작곡가의 눈시울" 감상하시면서

그림자 같은 내 인생 한번 토닥토닥 해 보시지 않으실래요?

 

 

 

 
 
어느 작곡가의 눈시울 / 오 연 복

별빛 실오라기로 화음을 엮던 시절
내딛는 발자국마다 그랜드피아노 위였지
여린 가슴에 가랑잎 서걱거리면
나의 속눈썹은 연민의 건반이 되었네
물안개 위로 악상이 넘실거리면
오선지에 별빛이 하나 둘 떨어져 출렁이었지

봄 아지랑이를 만나면
하얀 목련의 우아한 소망을 연주하였네
한여름 실개천에 반딧불 날아오르면
풀여치 날개깃에 높은음자리를 새겨 넣었지
산모롱이 고즈넉한 늦가을
서성이는 감성을 회상의 선율로 채색하였네

지휘봉에 홀연히 날아 앉는 뜸부기|
이제 나의 간절한 욕망은 눈썹달을 애무하고 있지
찬란한 시어를 품에 안고서도
뒤척이는 음계는 공허의 방안을 서성이네
달빛을 밟아온 파란 발자국은
은빛 오선지에 여여한 쉼표를 새기는 중이지

서릿발에 애태워 그리는 악보
도돌이를 반복하여도 자꾸만 녹아내리는 온음표라네
노을빛 가슴은 애간장 녹이는 가락을 두드리고
최고의 걸작은 못내 선율의 강가만 맴돌고 있지
아, 무지갯빛 자만의 뒤안길에 나뒹구는 엇박자들
겨우살이 눈시울에 여운 긴 그림자 애처롭네

▲(오연복 시인 프로필) 시인, 작사가, 시낭송가
▲(오연복 시인 프로필) 시인, 작사가, 시낭송가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샘터장착문예대학 강사, 가곡동인

수상 ⁚ 대한민국 인물대상 수상(2014), 샘터문학상 대상 수상(2018), 전북의 별 표창(제8회), 중앙일보 전국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제5회), 글사랑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제27회) 등 다수

동인지 ⁚ <꿈을 낭송하다>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바람의 서>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외 다수

가곡작시 ⁚ <물푸레나무 타령> <변산반도 마실길> <김밥> <시인의 아내> <행복한 결혼> <첫눈> <당신 그리울 때> <사랑의 사계절>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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