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소비하는 것 중 가장 귀한 것이 시간이라고 하였다.

철없던 시절에는 너무 더디 흐르는 시간을 야속하게 생각하기도 하였으나,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움을 알아 갈 무렵부터는 시간은 너무도 잔인하게 가속도가 붙어 도저히 순간순간을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는 평소의 대화 속에서 너무도 빠른 세월을 표현할 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자주 인용하며 살아간다.

막 태어난 아기가 10년 후면 초등학생이 되고, 또 10년 후면 청년이 되어 가정을 꾸릴 능력을 갖추고, 또 10년 후면 어엿한 장년의 모습, 중년의 모습, 노년의 모습으로 10년이란 세월은 우리네 인간에게는 그러한 의미가 있는 기간인 듯하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농경국가였기 때문에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저수지가 아직도 보존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추진할 만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의미는 10년 세월의 위력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강토가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소방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10 년의 세월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경기도 소방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1947년도에 경기도에 최초로 수원소방서가 개서된 이래 30 여년이 지난 1975년이 되어서야 성남소방서가 생겨나고 1977년에 부천소방서, 안양소방서, 의정부소방서가 생겨나 그 당시 고작 5개 소방서가 경기도내 소방력의 전부였다.

1980년대에 광명소방서를 비롯한 7개 소방서, 1990년대에 12개 소방서, 2000년대에 들어와 11개 소방서가 생겨 35개 소방서가 활동하였으나 1996년도 개서한 수원남부소방서는 지금의 수원소방서와 통합되어 현재는 34개 소방서가 활동 중에 있다.

경기도의 소방력은 수도권의 인구집중과 도시화의 영향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급속도로 팽창하고 완벽하지는 않으나 경기도는 소방의 사각지대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외견상으로는 도민 전체에 대한 소방서비스 제공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고 평가될 만하다.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적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의 소방활동 여건은 완벽한 수준인가를 평가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아직도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양보 불감증의 시민정신이 상당 하며, 주택가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량은 소방차량의 진입을 방해하고 무책임한 허위·장난 전화도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에도 어김없이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여 불조심 캠페인을 비롯한 소방서의 애절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으며 금년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되어 온 “화재와의 전쟁”의 성패가 바로 동절기에 좌우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환경 문제, 청소년 문제, 독거노인 문제, 장애인 문제, 고용 문제 등등의 활동에 관해서는 시민 단체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돋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화재예방을 위한 그런 종류의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이제는 민간에서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이 확산되어 화재 예방활동 환경이 조성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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