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최후의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인정머리 없는 세상, 꿈조차 꿀 수 없는 이들에게도 내일이 있을까. 오늘이 우리 인생에 주어진 마지막 하루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993년 방송 데뷔 이래 폭넓은 연기활동은 물론 사회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나눔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차인표가 두 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를 출간한다.

2009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처녀작 『잘가요언덕』에서 차분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아픈 과거사를 조명했던 그는,『오늘예보』에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작과는 또다른 유머와 위트 넘치는 문체로 그려낸다.

특히 연기를 통해 동시대인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의 문제를 보다 깊이 공유하고자 글쓰기를 시작한 차인표 작가.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가려진 곳, 아픈 이들의 속살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세상을 보듬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적 지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1998년 IMF로 많은 사람들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방황을 거듭하던 때 우연히 한강변에서 울고 있는 남자를 보고 그냥 지나쳤던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던 작가는 몇 년 뒤 갑작스런 동료의 죽음을 계기로 본 작품을 본격 집필하게 되었다.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순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고 밝히듯이, 작가는 이 시대의 지치고 고단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속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제자리 인생들의 기막힌 반전 소설은 악명 높은 ‘인생예보자’ DJ 데빌의 하루예보로 시작되는데 불행한 앞날이 예고된 세 남자의 하루가 옴니버스 식으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10년 노력이 물거품 된 채 노숙자로 전락하여 이제는 죽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할 것이 없는 전직 웨이터, 일당 4만 원을 벌기 위해 촬영현장에서 밤을 새가며 고군분투하는 주식 브로커 출신 보조출연자, 떼인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음 직전의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망자를 쫓는 것뿐인 퇴락한 전직 조폭. 이들의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서로의 현재와 미래와 교묘하게 얽히며 극적 긴장감과 함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일으킨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자신의 ‘오늘’을 붙들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지치고 고달픈 현실을 살아내는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들은 현실의 무게와 생존의 부담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삶의 비루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 가장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세 남자의 가슴 먹먹하도록 기막힌 이야기를 웃음기 가득 경쾌하게 담아낸 <오늘예보>는, 비록 보잘것없을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을 충실하게 살고 있는보통 사람들의 삶에 보내는 뜨거운 찬사이다.

문의.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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