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과 밝은 달’ 충북을 흔히 지칭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의 뜻이다. 뜻 그대로 맑고 밝은 고장이다. 특히 단양은 발길 닿는 곳곳마다 풍광이 매우 돋보이고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내륙의 보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천혜의 자연경관. 여기에 넉넉한 인심이 더해져 한번 다녀가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물 좋고 경치 좋고 인심까지 푸근한 곳이 단양이다.
단양을 대표하는 여덟 가지 경치는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경승지인 관동팔경(關東八景)과 더불어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9월 끝자락에 단양팔경(丹陽八景)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보자.

단양팔경이란 단양의 여덟 명승지로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을 일컫는다. 그 으뜸은 남한강에 있는 세 개의 바위 봉우리, 도담삼봉(嶋潭三峰)이다.
세 봉우리 가운데 중봉에는 조선 영조 때 능영정이 있던 자리를 삼도정(三嶋亭)이 대신하고 있는데, 일출 경관이 매우 빼어나 사진작가들이 새벽마다 진을 칠 정도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능영정이 오래지 않아 철거된 뒤 조선 말엽에 목조 사각정자를 있었지만 1972년 대홍수 때 유실, 현재는 1976년 성신양회가 지은 육각 정자의 삼도정이 아담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도담삼봉의 가운데 봉우리는 중봉이라 부르며 높이가 6m 가량으로 장군처럼 늠름한 기상을 한껏 보이고, 중봉 옆에 교태를 머금은 듯 서 있는 남봉은 첩봉이고 북봉을 처봉이라고 부른다.
부부는 사이가 좋았지만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첩을 얻었는데 얼마 후 임신한 첩이 남편 쪽을 향해 배를 내밀고 있고, 아내는 그 꼴을 보기 싫어 등을 돌리고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빼어난 경치 덕에 도담삼봉은 재미난 설화도 많다. 자주 회자되는 것이 정도전의 일화다. 도담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단양까지 떠내려 와 도담삼봉이 되었다 한다.
조선 개국공신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37∼1398)이 어린 시절 이 바위를 자주 찾아 벗 삼아 놀았으며, 호를 이 세 봉우리에서 딴 ‘삼봉’이라 지었을 만큼 이곳을 아꼈다고 전해진다.
당시 강원도 정선에서는 이 바위가 정선에서 단양으로 떠내려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했는데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꼬박꼬박 세금을 물면서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 때 일곱 살이던 정도전이 세금을 받으러 온 정선 관리를 가로막으며 “우리는 떠내려온 바위 때문에 오히려 물길이 막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세금을 낼 수 없으니 억울하면 정선으로 다시 가져가라”고 하자 관리가 아무 말 못하고 돌아갔고 이후로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한다.

고려 말과 조선 초 문신이자 학자였던 정도전은 유학은 물론 예악과 제도, 음양, 병력, 의학 등에 두루 능통하였으며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는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도담삼봉의 절경에 반해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 경치를 글로 찬양했는데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은 단양군수 시절 노을이 지는 도담삼봉을 바라보다 시를 남겼다.
시를 잠시 감상해 보면 어떨까.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 달빛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이황의 문하생인 황준량, 황응규 등과 홍이상, 정경세, 김창협, 신광수, 이윤영 등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문인들도 도담삼봉의 절경에 흠뻑 취해 주옥같은 글들을 수 없이 많이 남겼다.

김정희는 이곳을 둘러보곤 “도담삼봉의 품격과 운치는 신선 그 자체”라고 극찬했고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뾰족한 바위가 기이하고 교묘하지만 높다란 절벽이 없는 것이 한스럽다”고 했다.
또 이은상은 ‘가을을 안고’라는 기행문에서 봉우리 이름과 관련해서 “처첩(妻妾) 관계의 못된 풍속도 대신 형제나 남매의 관계로 보아야 깨끗한 자연, 평화로운 자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마을에는 시, 전설 외에 많은 민요들이 수백 년을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한강을 따라 올라오던 소금배와 강원도의 뗏목을 나르던 뗏꾼들이 불렀던 ‘짐배노래’, ‘띠뱃노래’ 등이 그것이다.
명물도 등장했는데, 노래방 시설을 갖춘 음악분수로, 관광객들이 노래방 기계에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면 컴퓨터가 음향을 감지해 화려한 조명과 함께 36가지 모양의 분수를 연출한다.
도담삼봉 주차장 끝에 있는 이 음악분수는 도담삼봉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어 관광객들이 도담삼봉과 남한강, 멀리 소백산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노래도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도담삼봉 관광지 안에는 광공업전시관, 공예전시관 등의 볼거리와 민물고기 매운탕, 산채비빔밥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모여 있다. 도담삼봉 나루터에서 유람선도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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