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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청이 꽤 있는 난청 환자도 인공와우 수술 가능해
조홍희 기자  |  onad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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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22  07:36:07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좌), 김예리 전문의(중앙),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우)

인공와우 수술 시 널리 쓰이고 있는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의 우수한 잔청 보존 능력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난청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력손실의 정도는 데시벨(dB) 수치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심도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청력의 경우는 작은 소리인 20dB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약물로 회복되지 않는 난청은 이처럼 청력손실 및 잔청(남아있는 청력)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보청기 착용, 중이 임플란트 수술, 인공와우 이식수술 등 장치를 통해 청각 재활을 하게 된다.

잔청이 남아 있어 50% 이상의 어음변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청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달팽이관(와우)의 손상이 심한 고심도난청은 인공와우 수술만이 어음변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청각 재활방법이다. 잔청이 너무 부족한 경우에는 보청기나 중이 임플란트로는 충분한 청각 재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도 난청: 70dB 이상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경우 / 심도 난청: 90dB 이상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경우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 이 전극이 유모세포 대신 직접 소리 신호를 전기적인 자극으로 바꿔 청각 신경을 거쳐 뇌에까지 소리를 전달해 주는 수술 방법이다. 성공적인 수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전극 장치의 선택과 수술 기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고도난청 중에서도 특히 저주파의 청력이 유지되고 있는 환자에서는 이 잔청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수술법으로 어떤 전극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논의가 학계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와우축 전극(perimodiolar electrode)은 전극과 와우축 청신경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신경원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저주파 청력이 유지되고 있는 난청 환자의 경우에는 삽입 과정에서 잔청이 소실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자 전극(straight electrode)이 유리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저주파 청력이 남아 있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연적으로 청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에 와우축 전극과 일자 전극의 장점이 합쳐진 전극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최근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의 잔청 보존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최 교수 연구팀(제1저자 서울대병원 이상연 교수)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잔청이 남아있는 환자 중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36명과 2019년 이전에 일자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16명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잔청 보존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왔던 일자 전극만큼 얇은 와우축 전극 또한 잔청 보존에 적합하며 좋은 기능적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수술 후 완전하거나 부분적으로 잔청이 보존되는 비율이 얇은 와우축 전극이나 일자 전극 모두 수술 3개월 후까지는 70%의 환자들에서, 그리고 수술 후 1년째까지는 65%의 환자들에서 관찰됐다.

또한, 수술 후 잔청이 소실되는 경우, 얇은 와우축 전극은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나타나는 반면 일자 전극은 수술 3개월 이후부터 잔청이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달팽이관 내 면역반응 등에 의해 추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약물 투여 시점을 고려해 잔청 보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두 전극 간 수술 후 잔청 소실 양상의 차이점을 규명한 것은 학계 최초이다.

이에 더해 최 교수는 또 다른 연구(제1저자 분당서울대병원 김예리 전문의)를 통해 ‘고음급추형(ski-slope)’ 난청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의 효능 및 우수한 잔청 보존 효과를 규명한 연구를 추가로 발표했다.

고음급추형 난청은 고주파에서 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형태로, 일반 생활 속 소음은 정상적으로 듣지만 ‘ㅋ,ㅌ,ㅅ’과 같은 특정 영역의 자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다. 저주파 잔청은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 보다는 주로 보청기 착용을 통한 청각재활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음급추형 난청에서도 인공와우 수술 후 약 70%가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잔청 보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고, 또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잔청 보존 효과가 좋을 환자들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돼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잔청이 잘 보존될 경우 하이브리드 외부기기를 사용해 저음역대는 보청기 모드로 음을 증폭하고, 고음역대는 와우 모드로 전기 자극을 주어 음의 분별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보청기 모드를 통해 저음역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누리고 증폭이 불가능한 고음역만 선택적으로 와우 모드를 적용해 말소리의 이해를 더 좋게 하는 것이다.

두 연구의 교신저자인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 장치와 수술 기법이 점차 발달하고 있는 만큼, 난청의 정도나 유형이 무엇이든 적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인공와우 이식 수술 도입 초기에는 수술 대상이 잔존청력이 남아있지 않은 성인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소아까지 대상이 확대됐고, 또한 저주파 대역의 잔청이 많이 남아있는 경우도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청력이 애매하게 남은 경우라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그 정도를 파악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한 인공와우 수술만 500여 건 이상 시행해오고 있는 최 교수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난청 분야 전문가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들 역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미국 이비인후과 저널(American Journal of Otolaryngology-Head and Neck Medicine and Surgery)’과 ‘유럽 이비인후과 저널(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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