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영철(28)씨는 환절기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고민이 생겼다. 손목과 목 주변에 작은 수포 같은 게 생기고 너무 가려워서 긁었는데 빨갛게 붓고 수포들이 덩어리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더 커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증상은 처음인데, 혹시 아토피가 아닐까 걱정스럽다.

아파트에 살던 서유림(33)씨는 얼마 전 가평군으로 이사하면서 황토집을 지었다. 아토피가 있는 다섯 살 아이를 위해서다. 초등학교 교사인 서씨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긁어서 생긴 상처 자국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학교생활에서도 위축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아토피성 피부염의 주된 증상은 가려움이지만 20대인 임씨의 경우를 두고 아토피라고 하지는 않는다. 가려워서 긁은 상처에 피가 나고 농이 생기면서 만성화됐을 때 아토피성 피부염이라고 하는데, 이는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아토피성 피부염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 때 시작해 어른이 되면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다가 노인이 되면 천식으로 변한다.

한편, 서씨처럼 아이가 아토피성 질환을 보이면 부모는 생활환경에서부터 주거 문제까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도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황토가 아토피에 좋다는 이야기에 선뜻 집을 옮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물론, 청정한 환경도 중요하지만 아토피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우선이다.

아토피,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

▲아토피 캠프의 아토피 바로 알기 특강. 아토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는 질환 중 하나다.
▲아토피 캠프의 아토피 바로 알기 특강. 아토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는 질환 중 하나다.
아토피 하면 흔히 아토피성 피부염을 생각하지만, 천식이나 알레르기로 인한 비염·장염·결막염같은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을 모두 환경성 질환 혹은 아토피성 질환이라 한다.
아토피의 원인은 크게 환경적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나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매연, 꽃가루, 유해물질로 인한 대기공해, 애완동물의 털, 집안의 먼지나 진드기 등이 있다. 서구화된 음식도 아토피성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전적요인은 체질이나 가족력 등이다.

편주리 청심국제병원 한방1과장은 “같은 아토피라도 환자마다 원인은 제각각이다. 특정물질에 대한 알레르기는 물론 몸에 열이 많거나, 피부혈액순환이 좋지 못하거나, 면역체계 자체가 약한 것도 한의학에서는 한 원인으로 본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평소생활습관, 먹는 것, 소화기능 같은 생리상태도 봐야한다”고 말했다.

동양의학적으로 아토피성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증상은 폐와 대장이 허약해서 나타난다. 초기에는 가벼운 피부반응이 나타나지만 폐·대장의 기운을 채우지 못하고 면역력과 저항력이 저하되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진전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특히 아토피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전반적인 식생활 및 생활형태가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보다는 가공적이고 인공적인 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토피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이해부족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운동에 대한 오해가 그것이다. 어떤 엄마들은 땀을 흘리면 피부가 따갑고 가려우니까, 아토피성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못하게 한다. 그러나 원인에 따라서는 땀을 흘리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편 과장은 “적당한 운동은 체내의 독소를 배출해주기 때문에 피부혈액순환이 좋지 못해 심해진 아토피에 도움이 된다. 그 경우 땀을 흘리고 빨리 씻어낸 뒤 보습제 등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편 과장이 권한 운동은 탁구나 배드민턴 같이 상체움직임이 많은 운동이다. 한의학에서는 폐와 피부를 같은 계통으로 보는데, 폐가 안 좋은 아이들이 아토피도 쉽게 온다고 한다. 폐를 튼튼하게 하고 상체의 혈액순환을 강화하는 운동이 아토피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따로 시간내기가 어렵다면 일상생활 중에 산책이나 걷기를 해도 좋다. 몸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키워주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폐와 대장에 활력을 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음식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편 과장은 “예민한 엄마들은 아이가 뭘 먹으면 더 심해지는 경우를 파악하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은 우선 안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체질에 맞게 먹는 것을 바꾸거나 조절하면 많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의 건강 문제다. 엄마가 아토피에만 신경쓰다가 아이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방치하거나 알아채지 못하기 쉽다.

편 과장은 “엄마들은 아토피만 생각하기 쉽지만, 아토피로 인해 아이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밤에 가려워서 잠을 못자니까, 생활리듬이 흐트러지기 쉽다. 또 몸이 가려우니까 만사가 귀찮아 나태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왜 나만 이럴까’하는 생각에 자기 모습이 싫어지고 자신감도 잃는다. 그렇다보니 면역력도 떨어지고 다시 아토피가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장사항들을 일상생활에서 모두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토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의원이나 보건소, 지방자치단체 아토피예방센터에서는 아토피를 앓는 아동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아토피 캠프를 운영하기도 한다. 아토피 캠프에 참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예방 및 치료방법을 체험하면 집에서 실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가족 치유의 공간 ‘아토피 캠프’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니까 좋네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아요.”
가평군 연인산도립공원아토피캠프장. 아이와 보호자들이 숲 속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숲속오리엔티어링’프로그램에 참가중이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들며 숲길을 뛰어다니다보면 항균성분이 들어있다는 피톤치드로 삼림욕을 하게 된다. 지긋지긋한 아토피와 싸우느라 침체됐던 가족 분위기도 오랜만에 활기가 돈다.

캠프에 참가했던 나건우(9)군은 “가렵고 증상이 심했는데, 아토피캠프에 참가하고 나서 많이 좋아지고 가려움증도 나았어요”라고 말했다.
2011년 5월부터 매주 놀토가 있는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연인산도립공원아토피캠프에는 아토피로 고통 받는 경기도민 가족400명이 다녀갔다.

한상기 공원관리단 대리는 “아토피 환자 가족들은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의 경우 피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부모에게 풀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에게 고통을 물려줬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집안 분위기도 침체되기 쉽다”고 말했다.

캠프참가자들은 첫날 혈액·소변·알레르기 검사 같은 기본적인 아토피의료검사를 한 뒤, 아토피바로알기 특강을 통해 아토피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고,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후 청심국제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의료검사 결과를 보면서 1대1 맞춤상담을 받는다. 평소 궁금했던 것이라 의심스러운 점을 속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어 ‘가족이 함께 만드는 유기농 건강식단’ ‘연인산공방교실’ ‘사랑의 편지 쓰기’같은 가족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아토피와 싸우느라 잠시 잊었던 가족애를 확인하게 된다.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거나 공예작품을 함께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 속 앙금도 사라진다.

아토피캠프에 참가했던 서효은(12)군은 “가렵고 잠도 못 자고 그랬는데, 자연 속에서 활동하니까 많이 좋아졌어요. 앞으로 완치됐으면 좋겠어요.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많은데 모두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2012년 연인산도립공원 아토피 캠프는 5월부터 13주에 걸쳐 52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의료검사와 아토피특강, 가족체험놀이, 웃음치료 등 2011년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프로그램들이 계속 실시될 예정이다. 참가를 원하는 가족은 경기도농림진흥재단 홈페이지(www.ggaf.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아토피성 질환 증가는 세계적 추세

일본에서는 1930년대 ‘이타이이타이병’으로 불린 카드뮴 중독 이후 공해병, 아토피성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확한 정보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림테라피를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건강에 유해한 환경을 다루고, 평가·분석하는 데 주력한다. 환경보호국(EPA)과 보건사회부(HHS) 산하에 ‘어린이 건강 및 안전에 유해한 환경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연방정부 간 아토피성 질환대책을 조율한다.

유럽각국에서도 환경문제 전담기관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물을 이용하는 자연치유요법인 크나이프요법으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아토피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 유해환경개선,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부차원에서 개발·보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내 환경성 질환자는 2003년 150만명에서 2008년 205만명으로 37% 증가했다. 전체 도민 1150만명의 약 5분의 1이 환경성 질환자인 셈이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2004년보고서에서 아토피성질환에 따른 우리나라 전체 사회·경제적 비용을 13조원으로 추정했다. 경기도만 따지면 약 3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2011년 ‘아토피 없는 경기도’정책에 따라 정책 포럼을 구성하고, 아토피 예방과 치유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또한 보육시설 친환경 마감재 지원, 아토피·천식 예방교육 정보센터 운영, 도내 16개 보건소를 중심으로 107개소의 안심학교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또 예방교육과 가족 치유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연인산도립공원 내 아토피캠프장을 조성했다.

홍창광 경기도 환경과 주무관은 “2011년 설립된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가 그동안 부서에 따라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아토피관련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2012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다. 또 정책포럼을 통해 계획단계부터 도민과 실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해 도의 아토피 정책이 도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게끔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아토피 관리법

◎매운 음식을 먹고 신맛과 쓴맛 음식은 삼간다
매운맛은 폐ㆍ대장의 기운을 돋운다. 현미밥, 생강차, 생강편, 고추장, 떡볶이 등이 좋다. 반면 빵, 닭고기, 달걀, 커피, 녹차, 영지차 등과 같이 신맛과 쓴맛을 지닌 음식은 폐·대장을 더욱 허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몸이 차가워지면 병이 들고 몸이 따뜻하면 병을 이겨낼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아토피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몸이 차고 폐ㆍ대장이 허약하면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할 노폐물이 피부와 장에 쌓인다. 몸이 따뜻해지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노폐물 배출이 촉진되면서 일시적으로 피부반응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나, 몸 안에 쌓아두는 것보다는 바람직하다.

◎잦은 목욕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보습을 위해 목욕탕에 오랫동안 몸을 푹 담그거나 목욕을 자주 하면 오히려 아토피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보습은 면역력이 강화되고 폐·대장이 건강해지면 저절로 해결된다. 물을 많이 마시거나, 얼음찜질도 일반적으로 삼가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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