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점점 짙어지는 계절이다. 이런 때 잘 맞는 여행지가 경북 청송이다. 지명에서도 짐작되듯 푸른 소나무가 울창하다.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 달기약수가 대표적 여행 명소로 손꼽힌다. 새벽 물안개가 환상적인 주산지, 한옥숙박체험에 좋은 송소고택도 명성이 자자하다.

 
 
삼림욕을 겸해 제3폭포까지 왕복

청송군의 주왕산국립공원은 1976년 3월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대한민국 대표여행지’ 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국내여행지’ 1백 곳 중에서 베스트 10 안에 들어갈 것이 분명한 명소이다.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인다’라고 말하듯 ‘깊이 들어가면 진하게 보이는 법’이다.

등산이 목적이 아닌 일반 여행객들은 상의매표소에서 제1폭포를 거쳐 제3폭포까지 트레킹을 즐기고 되돌아 나오도록 한다. 왕복 7km에 3시간이 소요된다. 제2폭포까지 감상한다면 그 거리는 7.4km로,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늘어난다.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대전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고개를 들면 절집 지붕 위에 우람한 자태로 기암이 솟아있다. 주왕산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는 바위, 주왕이 깃발을 세웠다던 바위이다.

예서 제1폭포까지 1.8km 거리. 아들바위, 촛대봉, 망월대,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같은 기암들을 중간에서 만난다. 협곡 사이에 나무로 만든 계단을 밟으면 물소리가 들려온다. 제1폭포에 닿은 것이다. 낙차는 비록 크지 않으나 주변을 에워싼 검고 거대한 바위들이 공명 장치 구실을 하고 있어 물소리가 제법 크다. 나무 계단이 끝나갈 즈음에는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 거인 같은, 웅장한 바위들의 성채가 여행자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주왕산 제3폭포>

제3폭포에 닿기 2백m 전.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제2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토끼 몇 마리 지나갈 정도로 좁은 오솔길 끝자락에서 물소리를 내는 제2폭포는 표주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듯한, 복숭아처럼 미끈하게 생긴 골 속으로 줄기차게 흐른다.

드디어 발길이 머무는 제3폭포. 매표소에서 여기까지 3.5km 거리이다. 2단으로 청정수가 떨어진다. 안전한 감상을 위해 윗단과 아랫단 물가에는 난간을 두른 전망대가 설치돼있다. 수영금지 표지판과 붉은 색 튜브 하나가 물가에 놓여있지만 않았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마의 땀을 훔치며 물가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을 테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계절은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주왕산 기암>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주왕산을 유람한 뒤 많은 시문을 남겼다. 그 중의 한 편을 감상해본다. ‘산문에 이르자 눈이 문득 푸르니 / 첩첩 산 층층 절벽 기이한 영기 받았네 / 하늘에 뜬 대단한 형세 구름 함께 멀고 / 푸른 산빛 엉긴 추위 이슬 함께 지네’-이상정의 시

주산지 물안개에 젖었다가 달기약수 맛보고

 
 
일교차가 큰 청송 땅에서 물안개가 드리워진 주산지의 신비로운 풍광을 감상하려면 이른 새벽 시간대가 좋다. 조선 숙종 대에 이공이라는 인물이 인공으로 만든 이 저수지는 왕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는 기이한 곳이라 사진작가들에게 입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곳. 그러다가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주산지의 왕버드나무>

주산지에서 운 좋게 새벽 안개를 만났다면 달기약수탕으로 가서는 철분이 함유된 약수를 맛보도록 한다. 또 그 약수로 만든 닭백숙과 닭죽도 반드시 먹어봐야 청송 여행을 제대로 한 셈이다.

 

 
 
<달기폭포>

달기폭포의 물줄기도 감상하고 청송 땅을 떠나기 전 일정이 여유로울 경우 진보면 신촌리의 군립 청송 야송미술관에 들른다. 폐교를 활용한 이 미술관은 청송 출신 한국화가인 이원좌화백의 작품과 기증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청송민속박물관에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정월부터 섣달까지 계절에 따라 행해지는 여러 가지 민속과 세시풍숙을 모형 등으로 재미있게 꾸며놓았다.

 
 
<청송민속박물관>

 
 
<야송미술관의 이원좌 화백>

한옥의 멋에 취한다, 송소고택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먹고, 장작불로 달궈진 온돌방에 누워 허리를 지지고, 다음날이면 장닭의 울음소리에 단잠이 깨는 집. 99칸짜리 송소고택(파천면 덕천리, 경북 민속자료 제63호)에서는 ‘고택체험’을 할 수 있다.

 
 
애초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의 만석꾼이었던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선생이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들어와서 1880년경에 지은 집이다. 2003년부터 고택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채, 사랑채, 별채 등의 건물과 디딜방앗간, 곳간, 헛간, 우물, 장독대 등이 1천5백평 대지 안에 들어서있다. 손님이 잠을 자는 방은 11개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안방에만 보일러가 설치돼있고 나머지 방들은 장작을 때는 온돌방이다.

TV도 없고 컴퓨터, 에어컨도 없는 고택체험에는 약간의 불편이 뒤따른다. 개별취사를 할 수 없고 화장실이나 세면실도 공용이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창호지를 건너온 옆 방 손님의 코골이도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쯤 양반집안의 귀한 손님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다면 까짓 불편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송소고택에서 주왕산국립공원은 차로 20분, 주산지와 절골계곡은 30분, 달기약수탕은 5분 거리이다.

<여행정보>

주왕산국립공원 054-873-0014, 청송민속박물관 054-874-9321, 송소고택 054-874-6556

 자료제공 : 행복한 이야기 리에또(www.lie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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