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아무개는 어느 대학에 합격했고 아무개는 안타깝게도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모임의 주요 화제꺼리가 되는 때이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안에서 먹고 살기 치열하다보니 고3 수험생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고시생과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숨막히고 지긋지긋한 고3 생활을 적당히 청산하지 않고, 1년이라는 세월을 고4년으로 살겠다는 대진고 전혜인 학생은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꿈을 위해 와신상담하며 오늘도 매진하고 있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꿈과 고4년으로써 시작된 생활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해보았다.

< 다음은  전혜진 학생과의 일문일답 > 

- 학창시절은 어땠는가?

 
 
저의 모교인 대진고는 다른 학교에 비해 규율이 엄해서 수업에 집중하는데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1학년때는 저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면서 많이 놀기도 했지만 2·3학년이 되어서는 정말로 열심히 했어요. 3학년이 되어서는 학급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리더쉽을 키우고 학교생활을 더욱 충실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책임감이라는 것이 저절로 생겼고 제 삶에 있어서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입시 때문에 바쁜 시간이었지만 2년여의 시간을 복지관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기도 했어요. 가르친다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게 된 의미있는 활동이 되었지요. 제가 수학이나 국어보단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영어를 택한 것이었어요. 비록 대단한 것들을 가르친 것도 아니고 중도에 포기해버릴까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일이어서 꾸준히 활동하게 되었어요.

- 감명깊게 읽었던 책은?

한비야의 저서인 ‘지구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어요. 미시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거시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책이어서 여러번 읽고 곱씹게 되는 책이었어요. 전 유니세프나 월드비전에 들어가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게 인생의 목표이거든요. 그런 제 꿈을 더욱 굳건하게 키워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최대한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많은 상황과 경험을 하다보면 생각의 크기도 커지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일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걱정만 앞서 부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욱 많아질 테니까요.

- 살아가면서 인생관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책을 통해 여러 위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제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제 삶의 등대가 되는 것은 역시 가족이이예요. 저의 부모님은 존경할 만큼 훌륭한 분들이예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정말로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지요. 아빠는 직장을 단순히 수입을 위해서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를 통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신 분이예요. 엄마도 아주 부지런히 사시는 분이지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시면서도 짬짬이 봉사활동과 음악활동을 하고 계시거든요.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닮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답니다.

- 한국 학교의 현주소에 대한 생각은?

제가 한국의 학교나 한국의 교육방식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기에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제 생각엔 학교라는 곳이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한 시험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선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회구성원으로써 꼭 갖추어야할 필요 덕목을 배운다는 느낌보단 대학을 가기 위해 단지 문제를 잘 푸는 노하우만을 배우는 것같아요. 그러다보니 점점 사회가 이기주의와 자기 중심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구요. 학생들 모두의 인성과 개성에 맞게 좀 더 창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자유로운 토론같은거요.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고 배울 점이 많을 텐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경쟁구도로만 인식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때가 많아요.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후배들에겐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이건 제가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수험생활을 1년 더 하려고 해요. 그냥 대학생이 되기 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막막하고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올 한해 열심히 해보려구요. 저도 꼭 제 목표를 위해 남들보다 더디겠지만 열심히 할 것이고 반드시이룰 거예요. 후배들도 자신만의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으면 좋겠어요.

- 스트레스 해소법은?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스트레스를 안받으려 최대한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수험생이 스트레스를 아예 안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제 자신한테 이벤트를 해주곤 해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며 풀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쵸콜렛을 먹으면서 풀기도 해요. 진하고 달달한 쵸콜렛을 먹다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산책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은 해소법이예요. 가끔 스트레스를 안좋은 방법으로 푸는 친구들도 있는데 자신을 오히려 망가뜨리는건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모님 입장에서 고3 딸을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인데, 이제 고4 딸을 겪으신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일텐테도 과감히 제 뜻을 이해해 주셔서 저는 감사할 따름이지요. 돌이켜보면 감사한 부분이 너무나 많아요. 초등학교 시절, 제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이 커 외국에서의 생활을 하고 싶어 했거든요. 부모님은 저의 생각에 흔쾌히 찬성하셨고 다인종이 거주하는 나라로 유명한 동남아의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에 2년 동안 거주할 수 있었어요. 저의 영어실력이나 발음이 미국이나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배웠던 아이들보다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체득한 것은 더 많을 거예요. 말레이시아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현지교회에 나갔고 그곳에서도 두루두루 여행을 다니며 이웃을 얻고 친구를 얻은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예요.

- 게스트 하우스는 어떤 의미인가?

현재 저희 집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하는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있어 가족들 모두가 민간 외교사절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국제 통상부 쪽이나 UN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부모님께 게스트 하우스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부모님 또한 저의 생각을 이해하고 동의해 시작하게 되었어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지 올해로 2년이 넘었는데 굉장히 보람있는 일이지요. 사생활이 침범되는 문제는 있기도 하지만 굉장히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예요. 전 원래부터 또래 아이들 보다 애국심이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어요. 심지어 옛날에 태어났으면 아마도 유관순이었을 거라는 말을 친구들이 농담삼아 이야기하기도 해요. 외국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거겠지만 게스트 하우스를 하면서도 애국심과 자긍심이 불끈 불끈 일어나기도 해요. 한복을 갖춰입고 외국 친구들을 맞이할 때면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라는 소명감이 생긴답니다.

긍정의 힘으로, 가족의 힘으로, 이루고픈 꿈의 힘으로 당당한 발걸음을 시작한 전혜인 학생이 머지않아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 사절단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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